왕유의 자연시는 역관역은(亦官亦隱: 몸은 벼슬하고 있으나 마음은 늘 피세 은둔의 정취를 동경하고 추구하는 삶)의 시기에 집중적으로 지어졌으며 대부분이 은거 생활과 불도(佛道) 사상이 결합된 산물로, 시인의 피세 은둔의 초탈 정신이 짙게 투영되어 있다. 세속적인 욕망은 일찌감치 떨쳐버리고 오직 한가롭고 편안하기 그지없는 시인의 성정(性情)이 시작 속에서 여실히 표현되고 있는데, 가장 큰 특징은 전원 경물이나 산수 풍광의 묘사 가운데서 절로 풍겨나는 은둔적 정취이다.
현존 왕유 시는 고금을 통틀어 최선본(最善本)으로 평가되는 진철민(陳鐵民)의 ≪왕유집교주(王維集校注)≫(이하 ≪교주≫로 약칭)에 의거해 총 308편 376수로 산정(算定)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는 ≪교주≫를 대본으로 삼아 왕유의 특징적인 시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 위주로 총 66수(편년시 50수, 미편년시 16수)를 골라 소개하였다. ≪교주≫에서는 왕유 시의 창작 시기를 일일이 고증해 대부분의 작품을 편년(編年) 배열하고, 일부 작품은 미편년(未編年)으로 남겨두었는데, 이 책에서도 그와 동일한 배열 방식을 취함으로써 시인의 인생 역정과 같은 궤도 선상에서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